사회복지영상/노인어르신

인천노인학대예방센터 다큐멘터리 제작 이야기

이감동 2011. 1. 3. 23:39

인천노인학대예방센터 다큐멘터리 제작 이.hwp



노인학대예방센터에서 영상제작을 의뢰했다. 

폭력, 학대.. 이런 노골적인 단어가 들어간 센터들의 경우는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때문에,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많은 제한이 있다.

우려했던 대로
인천노인학대예방센터 역시
여러 학대 유형을 가지고 영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분명 학대당하는 어르신들의 삶은
공개하기도 힘들것이고, 또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힘들 텐데,
(오죽하면, 아동학대 예방센터는 애니매이션으로 표현했을까)

과연 그런 부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추저60분 같은 분위기의 영상이 될 것 같아
첫 미팅부터 분위기를 대폭 수정해서 설득을 했다.

학대라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고,
어르신들의 모습중에서
희망적이고, 아기자기한 삶의 흔적들을 들려줌으로써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을 공감하게 하고,

간접적으로 더불어 잘 살아가자는
메세지를 표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막연하게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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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0/첫 촬영)
대접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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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팅 이후에
촬영섭외는 재가복지센터의 대상자분들 중에서 선정이 되었다.

할머니 세분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가장 와 닿은 부분은..

'사람을 만나서 대접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물 한잔이라도 대접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옳지 이거야.. 사람에 대한 반가움.. 사람을 만나는 기쁨
을 알게해준것이 무척 고마운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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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8/두번째 촬영)
학대 케이스 어르신 촬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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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는 그래도 자기네 활동을 부각 시키고 싶어서
원래 계획을 수정해서
인터뷰가 가능한 어르시을 섭외해 주었다.

그러나,
자기 자식 흉보는 것 같은 마음을 들춰내는 것 같아
빙빙 둘러대는 이야기만 주고 받다가 이야기가 끝이 났다.

역시..
노골적인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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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3/세번째 촬영)
두번째 케이스 촬영과 묵 할머니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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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뜸을 들이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혼선이 오는 것 같다.

어떻게 제작하기로 했는지
가물 가물한 아이디어가 자꾸 이야기를 변형시키는 것 같다.

센터에선..
또 다른 케이스의 어르신을 섭외해 주었고,
학대관련 이야기는 담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빙빙 도는 이야기만 했다.

머리속이 콱 답답해옴을 느꼈다.
어르신의 삶의 모습을 담아야 하는데,
자꾸 상담실에서의 모습만 담게 되다니..

다행히도 오후에
지난번 촬영했던 할머니 집에 가기로 했다.

라포가 형성되어 있고,
지난번엔 결혼 전이었는데, 이번엔 부인이랑 같이 가게 되어
훨씬 부담이 들 되었다. (어르신들은 '신혼'부부에 많은 애정을 주시니까...)



역시나,
할머니는 하루전날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계셨다.
정성스레 묵을 만들고,
아끼는 기름 보일러 방 뜨뜻하게 뎁혀 놓고,
과일도 준비하고...

'대접하고 싶어하는 할머니'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

이런 생각이 머리속에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할머니의 묵 대접하는 소박한 부엌 바닥 모습,
이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아도 소중히 여길 것 같다..

'하루 만났을 뿐인데,
이토록 사람이 반가우니
얼마나 사람이 그리운 것일까
분에 넘치는 대접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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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5 네번째 촬영)
미싱할머니 방문
'주어진 삶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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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받은 김에 하루 더 촬영을 섭외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젠 귀밑머리 스산한 형님..
이 세상에 애처롭게 사라지는 것들이
어찌 저 작은 모래알위에 찍힌
희미한 발자욱 뿐이겠습니까
숨가쁘게
숨이 가쁘게 흘러온 것들이 어찌
저 강물뿐이겠습니까
이만큼 떨어져서 걷다 뒤돌아나보면
내 발 자욱도 형님 발자욱도 잔물결에 씻기어
사라지고 물만 흐릅니다.

형님
우리의 아름다운 일생도
정겨운 형님과 나의 인연도 언젠가는
저 물새 발자욱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산그늘 잠긴 물만
흐르겠지요'



나팔꽃 3집의 노래를 들으면서
여러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다가
갑자기 감정이 솟구쳐서

그만 눈물이 찔끔 나오고야 말았다.
아내가 보고 있는데, 챙피하게시리..
'주어진 삶 최선을 다해 산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 잊지 않으려 메모해 두었다.

# 대접하고 싶어하는 노인
#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다
# 일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들어
# 맘이 너무 외롭다 그거지... 비감.
# 아기자기한 할머니 살림
# 오가는 사람 구경하려고

가편 이야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최종편집
'주어진 삶 최선을 다해 사는 거지'



작성일 : 2005/12/04 22:21 (2005/12/06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