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팔레스타인 KOICA,

편한것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다

이감동 2018. 2. 18. 22:02
편한것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다

서비스 라는 이름으로 내 수고를 대신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하는 장치들이 가득한 것이 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 

큰 산은 나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그런면서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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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쓴다
짐을 꾸리면서 포기할 것과
나를 편하게 할 것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호텔에 남겨놓고 
가지고 올라가지 못하는 짐이 꽤 된다

어제 저녁엔 남겨두기로 한 물건을
오늘 아침에는 다시 만지작 거리고
더이상 들어갈 것 없는 가방을 메고서도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건 아닌가 
필요한 물건을 파는 상점을 찾아본다 


타이어가 큰
버스의 계단 몇 개 오르는 것으로
출발 지점이 산에 가까워 지는 대신 
우리가 지나는 길에는 
엄청난 먼지가 피어오른다. 

입을 가리고
지나는 차량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미안한데,
'이 사람들이 부끄러워 할 것을 대신하고 있어요'
노련한 기사는 경적을 울려대며 
삶의 공간 사이를 비집고 올라간다. 



트레킹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차가 없는 것이 좋고 
산 속 깊숙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도로가 너무나 필요한 것이고, 
길가에 사는 사람들에겐 
먼지와 소음이 고통스럽고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야 
생계에 도움이 되고...

이쯤되면 버스를 째려보는 수준이 아니라 
욕을 한 바가지 할만한데
운전기사를 보니 
지나가는 곳곳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심지어 최고의 직업이라는 뜻의 호칭을 붙여준다 



그러고 보니 버스 타이어가 밟는 도로 옆의 
절개된 면을 보자면 
2시간 동안 놀이공원 기구에 올라탄 느낌이 들어 
경외하는 마음이 그냥 생겨난다 
이 시간만큼은
차창 가운데 운전사를 지켜주는 신이
그냥 앉아 있는 건 아니길 간절한 마음이 든다

고맙지만 미안한 버스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위해 
등산화를 고쳐신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커다란 돌을 등에 지고 가는 
네팔 여인들이 우리곁을 지나간다. 




나중에 보니 

세 시간동안 오르며 밟은 
수많은 돌 계단이 
이 곳 사람들의 수고로 되었다는 생각에
산을 바라보기보다 
내다 디디는 돌계단에 감사와 감탄이 나온다 

나는 희말라야 산을 오르면서도
높은 산에 감탄하기 보다 
어떻게든 
산에서 살아가는 삶에 높이에
감탄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높은 산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