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팔레스타인 KOICA, 15

차창안에 몸을 숨기다.

네팔에서의 첫날 아침버스를 타고 '포카라' 라는 관광지로 왔다 8시간 중 3시간 정도는 같이 떠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가다가 다들 잠이 들 즈음엔 운전사 바로 뒷자리로 옮겨 차창너머 삶을 구경하였다. 버스가 천천히 가다 멈추면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눈에 띄는 장면을 손이 가는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길가 수돗가에서 거품을 내며 긴 생머리를 감고 있는 사람이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남동생처럼 보이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표정을 짓는 걸 느끼고서야 나는 남의 목욕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순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줌 아웃되어 보이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카메라로 촬영이라도 하고 있었으면..

편한것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다

편한것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다 서비스 라는 이름으로 내 수고를 대신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하는 장치들이 가득한 것이 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 큰 산은 나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그런면서괜찮다고 한다 ----내 몸을 쓴다짐을 꾸리면서 포기할 것과나를 편하게 할 것 사이에서갈등을 겪다가 호텔에 남겨놓고 가지고 올라가지 못하는 짐이 꽤 된다 어제 저녁엔 남겨두기로 한 물건을오늘 아침에는 다시 만지작 거리고더이상 들어갈 것 없는 가방을 메고서도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건 아닌가 필요한 물건을 파는 상점을 찾아본다 타이어가 큰버스의 계단 몇 개 오르는 것으로출발 지점이 산에 가까워 지는 대신 우리가 지나는 길에는 엄청난 먼지가 피어오른다. 입을 가리고지나는 차량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미안한데,'이..

인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양지인 포카라에서나 홀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메인도로를 거닐며 건물마다 담긴 수많은 신들과, 대문의 문양들에 관심을 가지며 걸었다. "니하우, 안녕하세요? 마사지~,악기 좀 사세요~ " 혼자서 다니는 동양인이라 그런가? 눈을 맞추면 호객의 대상이 되는 게 불편해서인사를 고민하며 골목 깊이 들어갔다. 색깔이 예뻐서글씨나 그림이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보도블록 사이에 콘크리트 반죽을 붓는 작업이 색달라서나무 기둥에도 조각이 자리잡은 게 신기해서 몇 걸음 못가 뒤돌아보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고, 고개를 들어 감탄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눈에 잘 띄는 가난에 찌든 삶 보다는 화분 하나에 꽃을 가꿔 가지런히 놓는 마음.나뭇가지에 얹혀진 솜뭉치의 따뜻한 나라 크리스마스 흔적, 백열 전구도 빨강 노랑..

베들레헴의 양치는 목동들을 생각해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5학년 짜리 딸 곁에서 베들레헴의 양치는 목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양치는 목동들이 왜 별을 잘 알게 되었을까?양틈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니까 밤하늘의 별을 자주 볼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두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겠지(갑자기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랑 혼돈되어 스테파네트 아가씨 나오고, 어깨에 기댄채 잠든 아가씨를 바라보는 주인공 목동의 마음을 얘기해보고.. ) 아빠가 가본 베들레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목자들의 들판 교회에 가보면 동굴들이 있는데, 계란껍질처럼 겉은 바위로 되어있는데, 그 속은 텅 비어 있어서 목동들은 아마 양떼를 이끌고 이 곳에서 잠을 청했을 거야 뻥 뚤린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어느날 유난히 큰 별을 보게 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