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캠프 이야기
‘참 맑은 물살’ - 품청소년문화공동체
참맑은물살.pdf - 한글문서로 작성된 원고
이성종 복지영상 feelca@hanmail.net
요즘 둘째 딸 규민이는 아빠하고의 통화 끝에 '내년에 또 물살 캠프 보내주세요' 라는 말을 합니다.
지난 여름 해병대캠프 사고소식으로 인해 많은 캠프들이 취소되었지만, 8월에 있었던 '참 맑은 물살' 캠프는 일 년 내내 기다려온 아이들과 부모들의 지지를 받으며 강원도 인제에서의 4일을 보냈습니다. 간신히 캠프에 참가한 둘째아이는 그 시간이 즐거웠는지, 벌써 일 년 뒤에 있을 캠프에 대해서 아빠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참 맑은 물살’은 초등학생을 위한 캠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실무자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합니다. 3년째 촬영스텝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나누면서 앞으로 이런 캠프가 더 많아 지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20년 전의 사진 한 장
딸이 참가한 캠프 이야기를 하는데,아빠의 오래된 사진이야기로 시작하네요.
1994년 사회복지학과 3학년이었던 저는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의 실습생으로 여름캠프에 참가 했습니다. 해병대 교관처럼 빨간 모자를 쓰고 기합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사전 전화인터뷰, 부모인터뷰, 캠프준비모임, 캠프 주제에 맞는 공부 및 훈련, 캠프에서의 아이들 역동성 및 상호 관계도까지 그려가며 잠이 부족했지만 청소년들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후 군대를 다녀와서도 캠프를 다니다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되면서는 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해왔는데, 마침 촬영스텝도 필요하고 큰 아이가 참가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이제는 학부형 스텝이 되었습니다.
# 제자였던 학생이 내 아이의 선생님으로
소나무 숲에서 아이들과 무엇을 하고 있는 사진 속에는 그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강명숙 선생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캠프 참가자였던 학생이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하게 되고, 그 후 품의 직원이 되어 지금 내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캠프 선생님이 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이 당시 같이 참가했던 또 다른 학생인 이상섭 선생님도 이때 이후로 캠프 참가자였다가 품의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캠프 10년 되었는데, 처음 2년차에 초창기 실습했던 친구들의 자녀들이 뛰어놀 땐 진짜 눈물 나오더라고요. 오래 하는 것이 이런 맛이 있구나...
자원봉사 같이 했던 친구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똑같이 생긴 애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감동이고... 그래서 품의 선생님들, 자원봉사하는 친구들도 힘든 줄 모른데요. 손은 많이 가는데, 우리도 즐거운 거에요.”
20년전에 슈퍼바이저였던 심한기 대표는 버스안에서의 레크레이션까지 계획해야 할 정도로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짰었는데, 이제는 시간표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프로그램 이야기를 합니다.
# 자연의 시간표대로 물 흐르듯이
햇볕이 좋으면 물놀이를 하러 계곡이나 강에 가고, 배가 고프기 전에 감자 캐고, 옥수수를 따고, 물놀이 한참한 후엔 감자 요리를 해먹고, 심심할 때 쯤 되어선 자연물을 가지고 공작을 하거나, 예술작품을 만들고 잠자리, 개구리, 올챙이를 쫒아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해가 지도록 뛰어 놀고 지칠 줄 알았는데, 어둑해진 마당에서 옥수수를 구워먹고, 반딧불 찾아 소리죽여 걸어도 보고 도대체 언제부터 놀아대나 가만 두고 보니, 새벽 6시30분 부터 마당에선 무궁화꽃이 피고지고, 날개도 제대로 못 말린 잠자리들이 쫒겨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음향시설로 쌓인 강당, 식판으로 밥을 먹는 것을 벗어나 보자는 거죠. 여기까지 나와서 그렇게 하지 말자는 거에요.
캠프가 일 년에 한 번인데, 잠깐 재미있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여기서의 짧은 시간이 돌아가서 살아가는데 영향이 되는 거에요." 아이들 지질 때 쯤, 무료할 때 쯤 되면 보이차 끓여놓고 차좀 마시자고도 하고, 집에서는 절대로 먹지 않을 것 같은 매실원액, 오미자, 꿀이 주원료인 아이스바를 만들며 심한기 대표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인기품목이라며 집에서도 만들어 주라고 비법을 전수해 줍니다.
실습지도를 엄하게 받을 땐 한치의 실수도 용납이 안되었었는데, 이제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3박 4일 내내 여유롭게 아이들과 농촌의 모습을 즐기는 것을 보니 이것이 진짜 캠프라는 깨달음이 옵니다.
# 중·고등학생 보조교사
분명 초등학생들의 캠프인데, 모둠 교사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대학생이 섞여서 아이들과 어울립니다. 왜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 교사역할을 하는 건가 의아했는데, 초등학교 내내 캠프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부터는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해서 2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라 합니다.
작년에 봤던 중학생 보조교사는 아이들한테 너무 시달려서 내년엔 안 온다고 했었고, 6학년을 마지막으로 자기가 내년에 보조교사로 와야 한다면 힘들 것 같다고 했던 두 친구가 캠프에 떡하니 와서 아이들하고 어울리고 있습니다.
조그만 동생들이 목 위에 올라타고 놀아주는 게 힘들긴 하지만, 집에 틀어박혀서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것 보단 나을 것 같아 오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어린 동생들은 기타도 칠 줄 아는 형, 오빠가 무척 멋있고 자기보다 큰 형, 언니가 가르쳐 주는 것을 어른이 알려주는 것 보다 더 잘 따릅니다.
이제 초등학생으로서는 마지막 참가하게 되는 여학생은 무척 까불이로 기억이 되는데, "내년엔 어떻게 할 거야 ?"물으니.. 당연히 보조교사로 와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의젓해질 거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규칙도 정하고, 서로를 배려해가며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배웁니다. 아쉬운 것은 내 어릴 적엔 골목에서 매일 일어나던 일인데, 지금의 아이들에겐 일 년에 한 번 캠프에서 있는 것이 괜스레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 선생님의 밤잠을 빼앗는 아이들 칭찬 상장
캠프에서의 프로그램은 간략하게 변했지만, 20년동안 계속되어 온 것이 있는데,
마지막 날 밤에 모둠교사들은 자기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해서 어떤 점을 칭찬해야 할지 캠프 기간 내내 관찰해 두었다가 편지를 쓰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겁니다.
아이에게 딱 어울리는 재미난 제목의 상장을 만들면서 기뻐할 아이를 생각하는 건 즐거운 괴로움입니다. 이렇게 '잘 놀았다는 상장' 까지 받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또 일 년 만에 훌쩍 자라서 새로운 동생들을 챙겨가며 자연과 즐기는 그런 캠프가 '참 맑은 물살' 캠프입니다.
해병대 캠프 사고, 그런 일은 20년 전부터 계속 있어 왔습니다. 더 무서운 건 아이들이 죽고 엄청난 일이 생기고 슬픈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사고가 나지 않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 받는 집단 수련회가 문제입니다.
캠프는 40명이 넘어가면 대집단이 되어서 개인은 없어지고 맙니다. 그런 캠프에 가면 장기자랑.. 걸그룹 댄스 하고 마는 거에요. 개개인의 감성, 지식, 이성, 경험 이런 것이 드러나지 않는 겁니다.
다행히도 요즘엔 학급별로 수학여행, 사찰탐사, 강 탐사, 기차여행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것은 공부이기도 하고, 장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부모도 그런 것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요구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사회복지계에는 600명, 700명 가는 대형 캠프가 없거든요. 다 기관, 시설에서 하기 때문에 자연과 호흡하고 교감하는 여유가 사회복지사에게 좀 있어요.
심의도 많이 해주고, 공모도 심사해보면 너무 치료적인 것을 많이 봅니다. 심리치료, 검사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캠프가 설문지 하고, 목적목표에 보면 자아존중감, 공동체 의식 함양 이런 것이 있는데, 캠프 갔다 와서 이런 것이 어떻게 한 번에 이루어 집니까?
사회복지계에서 중요한 건 너무 프로그램밍에 익숙해져 있는데, 실제 경험은 없다는 겁니다. 이런 캠프에 대한 실질적인 것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앉아서 하는 교육 말고 자연속에서 같이 물 흐르듯이 경험을 쌓는 그런 트레이닝 한 번 하면 어떻겠습니까?
아이들과 캠프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방법 같이 연구해 봅시다.
심한기 대표 / 품청소년 문화공동체
* <동영상> 참맑은물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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