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사할린영주귀국자의 한국에서의 삶
9분4초
등촌9종합사회복지관의 임강섭 선생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2006년 2월 부터 임강섭 선생님은 '면목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신다.)
지난번처럼 각본을 다 짜놓은 홍보비디오를 만들어 달라는 가 싶어
어떻게 거절하나 고민하며 통화를 하는데,
뜻 밖의 제안을 해주셨다.
사할린 어르신들의 삶을 그냥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어떤 내용이든,
같이 지내보면 만들어질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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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에 대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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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섭 선생님으로 부터 사할린에 대한 책과 사진첩, 그동안 촬영한 사진과,
방송프로그램에서 제작한 사할린 관련 dvd,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이렇게 영상을 만들기 위한
서브자료를 제대로 주면서 공부를 시켜주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많은 도움미 되었다.
사할린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면서 시작할뻔 했는데,
관련 자료들 덕분에 어르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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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사메무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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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송년 모임에서 첫 인사를 드렸다.
많은 분들 앞에서
카메라 감독이라며 소개를 시켜 주시니.. 그게 이름이 되었다.
반갑게 대해 주시는 분들의 모습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 없는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래방을 진행할때였다.
느릿 느릿한 흘러간 가요을 몇 곡 부르시는 걸
뒷쪽의 할머니들은 좀 못 마땅해 하면서 있었는데,
베사메무쵸 같은 리듬의 곡이 나오자..
한 두 분씩 앞에 나가서 춤을 추시는 것이 아닌가..
차차차 같은 스텝을 밟아 가면서..
나중엔 베사메무쵸를 러시아 말인지, 일본 말인지
알아들 을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하시고,
많은 분들이 나와서
한국적인 리듬이 아니라,
차차차 같은 리듬의 노래에 몸을 맡겨
춤을 추시는 모습이 유난히 나의 눈에 들어왔다.
같이 춤을 추듯
촬영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영상의 마무리에서 이분들의 춤과 노래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모습이
보여지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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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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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보아 왔던 다른 어르신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
먹을 것이 있어도
예의 바르다고 해야 하나?
몇 번을 권해 드리고,
가져다 드려야
음식을 조금 드시고,
정돈되게 앉아 계시고,
공산주의 사회에서 있어서 익숙한 모습일까 생각도 해보면서,
몇 년을 한국에 와 계셔도,
몸에 베어 있는 습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것을 느낀다.
임강섭 선생님이 그동안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신다니,
눈물을 글썽이는 여러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고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들이
눈물이 되었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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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할머니의 러시아 음식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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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섭 선생님이 주의를 준 대로
가정 방문하면
많은 음식이 나온다더니.
촬영하러 간 동안 내내..
차, 과일, 과자, 쨈, 연어훈제, 찐빵, 결국엔 밥상까지..
먹을 것을 먹으면서 내내
할머니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회장이 되어서
잘 하기 위해서
러시아 조선어 사전까지 들춰 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돌아가신 남편이 전에 하시던 일을
이어서 하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닌것 처럼 느껴지고,
혼자 되셔도,
역할을 맡아서 잘 하려고 하는 꺼리가 있는것이 무척 좋아보였다.
사할린에 있는 손주와도 교류가 잦은 모습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적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자원봉사 부탁을 받아
점심식사때 자원 봉사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졌다.
사할린 어르신에 대한 개인적인 첫 촬영이라,
라포형성에 큰 치중을 한 탓인지,
다큐멘터리 내용상에는 많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다면,
더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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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김미자 할머니의 점심 봉사활동 촬영과
점심 후 벤취에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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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할머니의 자원봉사라..
필이 강하게 와서
카메라부터 꺼낸 것이 잘못이었다.
할머니 또래분들은
카메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주 싫어하시는데,
이번엔 후자인 분이 몇 분 계셔서
같이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어려워 해서
촬영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민망할 정도의
거부때문에,
얼른 식당에서 촬영하는것을 포기 하였다.
복지관 직원의 안내를 요청하지 않는 것도 실수고,
김미자 할머니도 자원 봉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친밀한 사이가 아닐 수도 있는걸 배려하지 못한 결과 같았다.
식당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다른 분들과
늦었지만 친밀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사진이라도 찍어서 바로 드릴까 생각을 했는데,
이미 늦어버려..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포기하였다.
사할린 어르신들은
점심을 드시고 난 후
복지관 앞 정자에 앉아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신다.
점심 전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 계신 모습을 보고,
약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점심 이후에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햇볕이 잘 드는 자리부터
'형님'자리가 있는듯..
순서대로 앉으셔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시길래,
사할린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고,
이야기 중간 중간에 화제를 만들어 촬영하였다.
그중 1945년 5월에 징용당해 사할린으로 가신 분의 이야기는
내가 그 당시에 옆에 있었던 양..
맘에 확 와닿았다.
'늙은거 뭐 하러 찍어'
'예쁘셔서요..'
대답을 얼버무리며,
사진을 찍어 드리면서
반드시 현상해서 가져다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에 앉아 계신 할머님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속으로 오케이 오케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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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돌려달라는 안명묵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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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취에서 카메라 가지고 찍어야 된다고 하신 이야기를
듣겠다고 약속을 정하자니..
할아버지 무척 좋아 하셔서
다음날로 찾아가 뵈었다.
시간에 좀 늦었더니.
오래동안 기다리신듯..
양복도 깔끔하게 입으시고,
어르신과 만남을 가지게 될 땐 절대로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명묵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사할린으로 징용가서 중노동을 하고,
나중에 가족이 사할린으로 까지 가서 같이 지내게 되었지만,
다시 일본으로 징용을 가신 바람에
가족과 헤어지고,
그 이후에 해방이 되어
아버지는 고향땅으로 가고
남은 가족은 사할린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귀국선을 마냥 기다리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사할린에서 올 가족을 기다리다..
결국
아버지를 영원히 못 만나게 되었다는
이중징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많은 자료를 준비해 놓고도
억울한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할아버지의 답답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 그저
잘 담아서 역사의 한 부분이 되리라 생각하며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우리나라의 가슴아픈 역사에 대해
체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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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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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어르신들의 삶은
몇 번 촬영하지 않았는데,
보고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되어서
충분한 촬영은 못 하고
결과물을 만들게 되었다.
안명묵 할아버지의 '아버지를 돌려달라'는 호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복지관에서 촬영해 놓은
사할린 체험전 이야기는 사진 슬라이드 식으로 하면서
사할린 할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소리를 넣었다.
첫 부분에 어떻게 시작하나 무척 고민하다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지낸 사할린 어르신들의 한을
표현하기 위해
나팔꽃 2집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노래와 함께
사할린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느꼈던
짧은 글을 넣었다.
상영되는 영상물은 완성 된 것이 아니라,
4회 정도 사할린 어르신을 만난 것에 대한 이야기 이며,
앞으로도 계속 기록되고,
만들어 져야 할 것이라 생각 든다.
2006년 2월 1일
복지영상 이성종 .
작성일 : 2006/01/29 15:38 (2010/08/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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