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카메라를든사회복지사

홈비디오도 시청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감동 2011. 1. 4. 12:05
평택재단 소식지 원고로 작성하였습니다.
pdf 로 사진이 포함된 원고를 다운받아 보시거나,
http://cafe.daum.net/visualwelfare/FbfU/16 - 동영상이 포함된 카페의 글을 보시길 바랍니다.


홈비디오도 시청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복지영상
이성종

아주 우연히 저희 집안에서는 
비디오를 촬영하고, 상영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가족의 모임을 촬영해 두었다가 다음 모임에서 TV로 연결해 몇 번 보았을 뿐인데,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때 쯤 비디오를 보면 분위기가 참 좋아집니다.


비디오를 촬영하고, 보는 것이 익숙해지니 엄두가 나지 않을 상황에서도
비디오 촬영이 가능해 졌습니다.

* 가족 예배도중에 촬영하기
(엄숙한 분위기에서 돌아다니면 혼났죠!..)
* 병원에 입원한 친척의 병문안이라든가
(평소에 사진을 찍지 않다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떤 오해를 사게 될까요? )
* 이런 것도 다 찍냐? 는 자질구레한 이야기까지. 

영정사진과, 장례식에서 상영하고 싶은
생전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상황별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보겠습니다.
 
1) 잔치의 기록
- 친척들과 함께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결혼식, 돌잔치, 칠순잔치 ...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를 영상으로 담는 것은
어느 가족이나 쉽게 접하고, 동의하는 것입니다. 

잔치 같은 축하 영상이라도 기록 된 것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일이 늘어나면 또 다른 것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대부분의 잔치기록은 잔치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기록하고, 또 시청자도 주최자 위주로만 있기 때문에(기록하고 영상을 보지 않는 경우도 많겠지만) 카메라에 대해서 형식적이거나, 식상해 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촬영당한 경험과, 출연하는 경험(자기 모습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회)이 같이 있어야 더 긍정적인 반응과 적극적인 반응을 담을 수 있게 됩니다.
 
2) 아기성장 비디오
- 친척과 아이가 어떤 상관이 있는지가 담겨있어야 합니다
 

제목 : 3분 신사

네가 얼마나 개구쟁이 였는지, 새 옷으로 갈아입히면 3분 동안만 신사야. 밖에 나가서 물이라도 고여 있으면 막 발로 튀기고... 열 번도 더 갈아입혔어.

* 고모님, 어머님께서 자주 해주시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딸의 모습을 통해 목격
가족 모임에서 아이로 인해 웃을 일이 많은데, 그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같이 보는 것도 좋은 컨텐츠입니다.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찍은 예쁜 사진도 좋고, 흔들리게 찍힌 집안에서의 사진도 좋고 예쁘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10분 이상 집중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만 계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상은 보는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없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홈비디오를 보면서 TV속에 내가 나오는가?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 가? 를 대단히 신경을 써가며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 다양한 친척들의 모습을 기록한다면 아마 좀 더 긴 시간동안 즐거워 하며 영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기의 성장 비디오라고 주인공이 한 명, 혹은 한 가족인 영상은 보는 사람들에겐 '나와 상관이 별로 없는' 영상으로 보일 것입니다.
 
제가 스튜디오에서 찍은 예쁘기만 한 사진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 이유가 주위 사람들이 그 아이의 성장속에 기여했다는 모습이, 증거가 같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쁜 아기 보다는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가, 나와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가가
시청하는 사람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네가 아기였을 때 이런 이런 일을 목격했지...’ 가 시청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3) 일상의 기록이 컨텐츠가 됩니다.
 
영상에 노출된 경험이 긍정적으로 와 닿게 되면 '어머님의 고등어 조림' 방법 같이

며느리 전수용 요리교실
‘어머님의 고등어 조림’
장가간 아들이 먹고 싶어하는
고등어 조림 만드는 비법 공개
TV에서 보던 모습을 흉내 내어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쑥스러워 하거나, 준비가 필요한 의식이 아니라 재미있고, 기념이 되는 일상이 됩니다.
 

예쁜 아이나, 잔치 이외에도 나의 생각, 다른 이의 생각을 표현하고, 들어볼 수 있는 시도가 가능해 집니다.
 
카메라를 들고 설득을 하는 것이 조금씩 쉬워지고, 카메라가 보고 있으니 내가 중요한 존재이구나 하는 기대감을 주게 됩니다.
 
편집을 하지 않았어도 방금 기록된 나의 모습을 TV로 보면 당사자가 시청자인 영상으로도 만족하고, 후에 여러 사람 앞에서 같이 보는 것도 만족하게 됩니다.
 
4) 시청자였던 친척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줍니다.
 
나이 일흔이 훌쩍 넘은 고모님과 나들이를 가서, 자녀들과, 주위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시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서
나는 언제라도 갈 수 있는
하늘 나라가 기다리고 있어”

아~ 기분좋다.
참으로 감사하다.

사랑하는 딸들 항상 고마워...
 

이 영상을 본 고모님 식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이 가시지요? 친척 분들과 함께 영상을 보면서 '내 이야기도 좀 귀 기울여 주렴' 하는 속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후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 카메라를 들이대면,
멋적어 하면서도 술술 이야기를 해주실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이 홈비디오를 편하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여러 차례 '출연자'로서 시청자가 되었던 경험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집안에서 카메라를 켜는 것이 망설여 지는 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 망설임은 함께 보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집의 장롱에서 쿨쿨 자고 있는 캠코더, 카메라를 들고 어떻게 촬영을 하는 거지? 연습을 하는 걸로 시작하기 바랍니다.

* 원고의 동영상은 인터넷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visualwelfare

작성일 : 2010/08/11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