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팔레스타인 KOICA,

인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감동 2018. 2. 18. 01:36
휴양지인 포카라에서
나 홀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메인도로를 거닐며 
건물마다 담긴 수많은 신들과, 
대문의 문양들에 관심을 가지며 걸었다. 

"니하우, 안녕하세요? 마사지~,
악기 좀 사세요~ "

혼자서 다니는 동양인이라 그런가? 
눈을 맞추면 호객의 대상이 되는 게 불편해서
인사를 고민하며 골목 깊이 들어갔다.

색깔이 예뻐서
글씨나 그림이 다시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보도블록 사이에 콘크리트 반죽을 붓는 작업이 색달라서
나무 기둥에도 조각이 자리잡은 게 신기해서 
몇 걸음 못가 뒤돌아보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고, 고개를 들어 감탄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눈에 잘 띄는 가난에 찌든 삶 보다는 
화분 하나에 꽃을 가꿔 가지런히 놓는 마음.
나뭇가지에 얹혀진 솜뭉치의 따뜻한 나라 크리스마스 흔적, 
백열 전구도 빨강 노랑 파랑 달아놓은
생각이 예빠서 렌즈로 바라보다 그곳의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른 손을 모아 인사를 하였다. 

그러면 버스를 타고 휙휙 지나며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내가 사는 곳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라는 눈빛을 느낀다. 

사탕이나 초콜렛을 기대하며 인사를 건네는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 조용히 마을에 들어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국적인 문화에 조그만 파장으로 서 있는 것이 참 좋았다. 

가능하다면 여러 날 머물며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면 참 좋겠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스쳐 지나치는 휴양지에서
그 속도만 느리게 했을 뿐인데도 
훨씬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나마스떼라는 내 안의 신과 지금 만나는 사람의 신이 인사를 하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당신의 입장이 되어 이 곳에 살고 있다면 
당신처럼 최선을 다해 살겠어요. 렌즈의 방향과 감탄하는 몸짓으로 서툰 언어를 대신해 내 정체를 드러낸다. 

내가 이 곳에 나서 살았다면 어떤 재치를 발휘했을 까? 그 흔적들을 상상하며 발견하는 것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