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영상/지역아동센터

[푸른교실-연극]도깨비 할머니가 소원을 들어준다고요?

이감동 2011. 1. 3. 12:16
푸른교실의 목공수업 전시회 첫날..
이귀영 선생님이 살짝 귀뜸을 해주었다.

오늘 저녁에 아이들 소원등 만들기를 하는데,
오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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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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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원등을 만드는 방법이 기발했다.
우선 피티병 하나를 반으로 뚝 자른다음
병의 입구 부분을 아래부분에 거꾸로 (깔대기를 넣듯이) 붙인다음
초를 고정 시킨다.

바람에도 거뜬하고,
촛농도 안 흐르고,
꾸미기를 하면 멋진 효과도 나고..

우선 아이들의 반응은 시시하게 시작한다.

피티병을 자르고,
색종이를 붙이고..

바로 옆 교실에서 선생님들끼리
쑥떡 쑥떡 공모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에 기뻐
선생님들은 신났었는데,

막상 아이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시끌벅쩍..

집중시키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초,중연합으로 연극수업을
하다보니 더 산만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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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선생님의 기발한 모둠 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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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울고, 보채는 아이들 사이에서
선생님이 과제를 냈다.

일곱빛깔 무지개 색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정한다음에 절대 말하지 않기,

그리고는

자기 색깔 위치에 한줄로 선다. (빨주노초 순으로...)
그리곤 앞, 중간, 끝부분의 그룹을 만들었다.
(아.. 기가 막힌 방법이다. 좋아하는 색으로 모이긴 하되,
넌 빨강, 난 노랑 이렇게 분류를 하지 않고도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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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할머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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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원을 이루려면
우리가 인간인 것을 속여야 하고
그럴려면 페이스 페인팅으로 도깨비처럼 해야 한다.

아이들은 서로얼굴에
자기 모둠의 색깔을 칠해가며
인디언같은 얼굴로 점차 변해간다.

그리고 주의사항..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할머니가 원하는 방법으로 빌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 방법이 비밀이라는 거다.

예를들면
머리를 만지면서 애교를 부리는 말투로 소원말해야 된다든가..
반말로만 해야 된다든가..
바닥을 한바퀴 구른다음 말해야 한다든가..

'누가 먼저 소원을 말할테냐?'
촛불을 켜가면서 할머니로 분장한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들은
금새 태도가 변했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어린 아이 하나가 할머니한테 조심스럽게..

손을 모으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미안하지만 못 들어 주겠다.' 

 

할머니까 딱 거절하자 아이는 뒤로 물러나고

여러 아이들이 소박한 소망이 계속되었지만,
(내가 보기로는 보통 아이들은 생각도 못하는 소원이다.)
'우리 아빠가 병이 낫게 해주세요'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아빠랑 같이 살게 해주세요.'

쉽게 소원이 들어주질 않았다.

다시 처음의 아이가 할머니 앞에 앉아
전보다 더 정성스런 손모양과, 눈빛과, 목소리로 소원을 말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왜 그런 소원을 비는거냐?'

아이는 나름대로 소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했지만,
또 할머니로 부터 거절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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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를 주는 선생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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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선생님 도깨비가
'할머니.. .~~ ' 애교를 부리는 말투로 다가가서
소원을 말하자.. 할머니가 냉큼 들어주는 거다..

눈치를 챈.. 다른 아이가
선생님이 했던 말투와 몸짓으로 소원을 빌어보니.. 오케이.

몇명 고학년은 이미 소원을 다 말했는데,


아까 그 어린 아이들은
더 절실하게 정성스럽게 손을 모으로 같은 소원을 말하는 거다.

옆에선 아이들이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 힌트를 자꾸 주고..

(여기서 눈물이 날뻔했다.)
이젠 놀이가 아니라
진짜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심정으로 함께 있게 된것 같았다.

아이들이 합심해서
소원이 이뤄지도록 방법을 찾고,
안된다고 하면 안타까워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 만큼은
그런 소원을 빈다는 것 때문에
놀리거나, 따돌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진짜로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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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지에 소원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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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이 무사히 통과한 후 옆방에 가서는
소원을 적은 다음에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소원 바구니에 담도록 하였다.

앞에서 고생하면서
얻은 소원지여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필로 또박 또박 적어서
정성스럽게 접어 바구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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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탑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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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멋지게 만든 소원등을 들고 밖에 나가서
의식을 치루는 것 만 남았다.

방금전의 진지한 모습은 그사이 없어지고
또 소란스러워 진다.

촛불이 켜지고
조심조심 밖을 나가서

탑돌이 하듯 공부방 주변을 돌고
아무도 보지 않은 소원지를
촛불에 붙여
하늘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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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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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선생님(도깨비할머니) - 아이들의 소원지가 너무나 보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그걸 보면 혹시나 소원이 안 이루어 질까봐 저도 못 보겠더라구요.
정말 소원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어요.


작성일 : 2002/12/29 14:40 (2002/12/29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