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카메라를든사회복지사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시인입니다.

이감동 2011. 1. 4. 11:42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

별 하나 하나를 바라보며
보고싶은 이름과
추억을 시로 표현했던 윤동주의 시는
저의 어린시절 책장에서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특별히 시를 좋아하고, 시인이 되려한건 아니지만,
어느날 문득
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어려운 별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며
별 하나 클릭하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담아놓아야지 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옛날 윤동주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시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똑같은 별을 보고,
달을 보아도

어떤 사람의 눈에는
하늘이 어둡구나, 대기 오염이 심각하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별헤는 밤과 같은 시를 쓰는 사람이 있는것처럼

사회의 현상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 그 현상과 나와의 관계,
혹은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공감하는 능력은
시인, 소설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라는 필기구를 가지고
주변의 사물을 시인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시를 쓸 꺼리가' 없다고 한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카메라의 성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인과 같은, 소설가와 같은
혹은,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는 어린아이와 같은
눈과, 호기심과,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결코 남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전깃줄과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오선지 악보

요즘 저는
낭송시를 종종 듣습니다.

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 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 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때다

살아천년 죽어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 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이 시를 백번도 넘게 듣고, 외우려 한 것 같은데
외워서 읊으려 하거나,
적어보려 하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어찌나 잘 선택되고,
압축해서 표현되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시인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줄이고,
새로운 표현을 찾아내고
한 문장 안에 여러 상황을 상상하게 합니다.

영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표현하려 하는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서

중복되는 것을 줄여 표현하게 되는데,
그 이미지의 선택에 오랜 정성이 들어갑니다.

사진 한장, 한 장면속에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받아보게 될 사람의 마음을 상상해 보고

그러다 보면,
사진 몇 장 고르고,
장면 몇개 고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아마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기록하는 사람은
그래서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성능이 좋다고
좋은 필기구 명품 만년필을 가졌다고
좋은 장면을 캐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글, 사람의 마음을 감동 시키는 글을 쓸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시인의 마음를 갖도록
마음을 정화하고,
사람이 참 아릅답다,
세상이 아름답다
내 마음의 창부터 깨끗하게 하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시를 쓰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을이 차창 안으로 날아들다
작성일 : 2008/05/06 13:06 (2008/05/06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