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품을 선물한 여행
우리들의 행복한 여행 –
1박 2일 내내 손주를 품은 할머니는
한 몸인 것처럼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5년이나 궁금해하고 보고 싶었던
딸의 살아가는 모습과 손주를 만난 느낌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 기억하려는 듯
웃음을 머금은 채 여행을 다녔고,
카메라를 든 저는 그런 모습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하며 여행에 동행하였습니다.
“어려운 나라에서 오셔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고
좋은 구경을 하시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장인 장모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태국으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혼 몇 년 만에 사위 역할 제대로 하게 된 함정각씨는
태국 출신 부인들의 모임 덕분에 친해졌다며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 마냥
세분의 아저씨들이 버스 뒷 자리에 앉아 시끌벅적 여행분위기를 만듭니다.
‘사와디깝 마네 왓니마티아 스누비 와니 꽁따니.. ’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표정을 보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딸이 통역을 해줍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요, 예쁜 옷도 줬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계속 생각나요.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요. 이거는 꿈 같아요
딸하고 아들 사위 다 같이 입어서 꿈 같아요. 너무 좋아요.”
‘꿈같다는 말’ 만큼 딱 맞는 말이 또 있을까
버스에 탄 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사람들이 ‘꿈 같아요’라는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차창을 내다봅니다.
고교 수학여행 때 분명 와 본 곳이지만,
버스에서 내린 경주는 유난히 경치가 좋게 보였습니다.
커다란 무덤, 단풍진 오래된 나무와 바람, 기와 얹어진 담벼락들
유난히 사진을 좋아해서인지,
보고 싶은 모습을 언제든 다시 보기 위해서인지
사위, 딸 모두가 카메라맨이 되어
똑같은 포즈를 취하면서도 깔깔거리며
흥겹게 웃는 소리가 다국어로 들립니다.
숲길을 걷듯이 산책로가 예쁜 경주의 대릉원,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불국사,
엣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국립 박물관을
반나절만에 관광을 뚝딱 마치고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각국 요리 경연대회’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태국의 세 가정은 합쳐서 요리를 할 생각으로 해산물을 잔뜩 사고,
베트남 가정은 월남쌈의 재료를 차곡차곡 카트에 담습니다.
새우, 오징어, 게등 해산물을 사는 것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요리하고 있는 가정별로 풍겨나는 요리향이 다릅니다.
가족단위로 편안히 묵을 수 있는 숙소가 가장 중요해서
경주에서 시작해서 통영으로 마치는 긴 여행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대가족이 되어보는 여행이라 넉넉한 숙소가 한 몫을 합니다.
숙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풍겨오는 냄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요리현장을 가보니, 베트남 쌀국수에 들어가는 ‘고수’향보다 더 진한
향신료를 세 가지나 준비해 와서 코에 들이대는데, 머리가 띵~
음식을 맛보고 싶은 의욕이 사라지는데,
부인의 태국음식에 푹 빠져있는 세 아저씨는
‘깜양뿡’ 이라는 매운탕에 소주가 잘 어울린다며 장인, 장모와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여행 내내 말없이 미소만 짓던 베트남 할아버지는
요리할 때만큼은 자신이 있는지 못 알아듣는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줍니다.
짐작하기로는 어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듯 합니다.
딸과 함께 나란히 요리하는 모습이 좋아
맛잇게 튀겨진 새우 한 입에 넣고 얼른 빠져 나옵니다.
둘째날 일정은 여행객들에게 바다를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차창너머로 해뜨는 황금 바다를 보고, 보이진 않지만 바닷속으로 난 길을 달리고
수많은 섬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아예 배를 타고 섬들 사이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가까이 날아오는 갈매기가 신기했는지
카메라를 멀리하던 사춘기 여학생이 드디어 엄마와 포즈를 취하고 환히 웃습니다.
매물도를 배경으로 가족의 추억을 담은 다음
이번엔 하늘 높이에서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통영으로 향합니다.
부인을 잘 얻은 덕분에 케이블카를 타본다는 속닥거림을 들으며 부웅~.
하늘 높이 대롱대롱 매달린 케이블카 안에서는
손주, 이모,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무서워서인지, 풍경에 감탄해서인지 내뱉는 탄성들이
한국말, 태국말, 일본말, 필리핀 말이 뒤섞여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합니다.
이렇게 육해공 세트 여행을 마치고 모두가 잠든 차안에서
일박이일의 비디오를 편집해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영화를 보듯’
가족의 여행을 보았습니다.
자기 모습이 화면에 나오는 것이 어색했는지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다가
점점 시끌벅적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 하는 가족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번 여행을 추억하며 TV 앞에서 이런 저런 회상에 잠기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오랜만에 부러운 가족여행을 동행해보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집 식구들도 같이 가는건데.. 후회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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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에 바보의 나눔 대축체를 진행해서
거기서 생긴 수익금으로 교구별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전의 사업중 산남복지관에서 했던 다문화가족 본국가족 초청사업을 선정해서
이번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서 지원을 받은 거고
정식명칭은 다문화가정 여성의 본국(친정) 가족초정 다문화가정 특별 지원사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1박2일 캠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관의 추천을 받아 선정위원회에서 열 가정을 선정 했는데,
부모님 대신 언니가 들어온 필리핀의 가정처럼
부모님이 출생신고도 안 되어 있어 여권을 발급 받는데 1년이 걸리고,
버스로 여덟 시간을 다녀야 서류발급을 하는 오지에 사시는 분이
서류 하나가 빠져서 여권 발급이 안 되어서 못 오시는 그런 가족이 계속 생긴 거에요
부모님이 편찮고 그러면 비행기 타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결국
열 가정 중에 네 가정만 되고 그 다음에 다시 대기자로 했던 분이 올라오고
다시 추가 신청 받고 해서 아홉 가정이 선정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선정된 가족은 비행기 티켓팅과 성모병원이랑 해서 기본 건강검진 해드리고,
캠프 가기 전에 식사 하고, 일박이일 여행을 다녀오는 것 까지가 이번 프로그램입니다.
일박이일동안의 캠프를 하면서 힘들게 진행하고 우여곡절이 많고 힘들고 했는데,
행복해 하는 것이 표정에서 드러나고, 가족끼리 버스안에서 조잘조잘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까 저도 같이 행복했습니다.
희망사항은 이런 여행이 우리 교구의 특화 사업으로 되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엔 기차여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참 좋은 생각이지 않나요?
김은경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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