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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회적 기업 '일배움터 이야기'

이감동 2017. 10. 30. 23:27



일배움터는 (http://www.ilbaeumteo.net )
장애인들이 농산물을 가공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꽃을 가꾸고, 도자기를 만들고, 카페에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자리가 
장애인에게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완성된 영상은 기관을 방문한 이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영상으로 
A + B + C + D + E 
다섯가지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서 대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분들의 일하는 모습을 농산물팀, 도자기팀, 원예팀, 카페 를 두루 다니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화적인 현상을 찾아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아 보여주는 형식으로 하였습니다. 

일배움터를 처음 방문했을 때 
원장과 함께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원예사업단에서 꽃을 가꾸는 분을 만나 
가볍게 대화를 나눠 봤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니 '꽃에 대한 인터뷰' 가 되었습니다. 

꽃을 가꾸는 장애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나중에 작품속에 나래이션을 부탁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실제 작품에서는 중간 중간 현장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만 역할이 되었지만, 
촬영과정에서 카메라에 흥미를 보이면서 
직접 촬영을 해보기도 한 분입니다. 



이렇게 장애인이 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화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친밀감을 형성해야 하겠기에 방문 첫날 퇴근하는 버스에 동승해서 카메라를 들고 관찰을 했습니다. 

낯선 카메라맨의 등장에 호기심도 보였지만, 카메라맨이 갖는 호기심에도 반응을 해서 

퇴근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차창을 내다 보거나, 

스마트폰의 게임을 하는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의 퇴근길에서 흔히 접할 행동이었습니다. 


한 분이 노래를 흥얼 거리길래 바로 앞좌석에서 뒤 돌아 앉아 말을 걸었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노래를 하는 것인지? 대략 대답을 짐작하며 들어보니 

여자친구 이야기가 나오길래 '다시 한 번'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한 모습인데, 

이 모습은 그냥 배경음악만 편집에서 넣기만 해도 훌륭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실제 원곡을 부른 가수의 노래를 가져다 입혀보니, 거의 싱크와 화음이 맞아서 놀랐던 영상입니다. 



이렇게 퇴근 길에 카메라맨의 등장이 부각이 되고, 
저는 얼른 유튜브에 편집한 영상을 올려 당사자에게 보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출근 버스를 올라타고 보니 

이미 장애인 근로자분들 대부분이 유튜브의 영상을 보고 

무척 재미있어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기관에서 래퍼이자 가수로 인정받고 있던 또 다른 장애인 분은 

작심을 한 듯 카메라맨을 보자 자기가 작사한 노래를 직접 불러주었습니다. 




원래 랩으로 나온 노래를 부르는 건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집하면서 되새겨 들어보니 
일배움터에 출근하고, 출근 도장찍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이 
직접 작사한 것 같아 물어보니 
무척 자랑스러워 하며 자기가 만든 노래라고 좋아하였습니다. 

어쨌든, 출퇴근 버스안에서 카메라맨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그런지 

장애인 근로자분들은 카메라맨을 낯설어 하지 않고 

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주 KBS 건너편에는 카페 플로베(Flower + Love = Flove)에서 장애인 바리스타와 서빙을 하는 직원분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에 서빙을 하는 여성분이 눈에 띄어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가며 촬영했습니다. 


걸레를 깨끗이 빨아서 화장실의 거울을 청소하는 모습에서 

주어진 일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촬영하면서 계속 흥얼 거렸던 이상의 싯구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라는 

시 노래를 영상에 입혀 보았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일상을 인터뷰 하니 
훈련을 많이 받아서 위생관념이라든가, 
장애인이라서 서비스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커피를 서비스 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서비스 메뉴별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카페 플로베의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아침 출근 모습이었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가방을 멘 채로 
블라인더 부터 올리러 가는 분, 
커피 머신을 챙기러 가는 분.. 
각자 훈련 받은 대로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카페에 가득 담아내도록 블라인드를 올리는 장면에서
'아이앰 샘'의 주인공이  커피숖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다시 제주의 농산물을 가공해서 부가 가치를 만드는 사업단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무, 고사리, 버섯 같은 제주의 자연에서 잘 자라는 특산물을 다듬고 말려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이고,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각자의 능력대로 역할을 맡아서 일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특히 일을 시작할 때 체조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깊어서 

사업단의 첫 이미지로도 쓰였는데, 

짧은 문장으로 밖에 대답을 못 하지만, 

여러 번의 대화를 통해서 일하는 자부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울의 무게를 정확하게 달 수 있기까지 훈련 받은 모습이 상상되시나요?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에서 
하루종일 저울위에 일정한 무게의 실습용 반죽을 놓고 덜었다 떼었다 
반복연습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더디지만, 내 스스로 해 냈다는 성취감은 
장애, 비장애를 넘어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자기 사업단은 화분, 머그잔 같이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데, 
직접 가마에 굽기까지 해서 완성되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흙에서 작품이 되고, 그 작품에 흙을 담고 식물을 키워내서 판매하고, 
머그잔, 접시 같은 제품은 카페에서 서빙에 이용되거나, 판매됩니다. 

느리지만, 꼼꼼하고 섬세한 특징에 맞게 도자기를 만들어 내고, 
삐뚤지만, 그것이 이 곳 작품이 멋있다고 하는 소비자가 있나봅니다. 



빵과 쿠키를 굽고, 재료를 선별하고 

어디를 가든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에서는 

무시무시한 시험과 컨닝의 모습속에서 

장애인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했던 일도 

연습을 통해서 익숙해져야 하는 마음을 알게 되면 

빨리 재촉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 지거든요. 


이렇게 

장애인분들의 일상과 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시청자와 똑같이 공감하는 문화적인 현상들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기관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마음을 공감하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충성도를 높게 하는 것이 

이 영상의 콘셉입니다. 


각 에피소드별로 2~5분 정도의 분량으로 

독립되게 상영할 수도 있고, 

프리젠테이션 도구에서 사진, 글, 진행자의 목소리를 곁들여 

영상을 상영하는 형식으로 하면 

시청하는 대상에 맞게 맞춤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 매체와 SNS 같은 곳을 통해서도 

획일되지 않은 메세지로 다가갈 수 있게도 됩니다. 


사회복지기관의 홍보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적용하고 싶은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