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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와 함께 떠난 유기농 여행
버겁지 않은 올리버거의 비밀 -
복지영상 이성종
올리버거를 처음 만난 건 밤늦게 공부하는 대학원 수업에서였습니다.
가끔 급한 끼니를 때우는 방법으로 햄버거를 찾을 때마다 후회? 하는 나이가 되면서 햄버거를 버거워 했었는데, 올리버거와의 첫 만남은 늦은 밤 야식으로 만났음에도 꽤 괜찮은 만남이었고,
집에 하나 더 가져가서 아이 엄마에게도 선을 보여야겠다고 굳이 하나 더 얻어가는 억척스러움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그 후 청주지역의 NGO모임을 가거나, 비영리기관의 카페, 사회적기업 박람회 같은 곳을 가면
쿠키가 나오는데, ‘올리’ 라는 상표를 붙이고 있었고
버거로 인연이 된 적 있는 입맛에 ‘올리쿠키’도 즐겨찾는 목록으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방법은 잘 몰랐고, 우연히 만나야 먹을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 드디어 그 실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청주 봉명동 YWCA앞 도로변에 위치한 올리매장은 90도로 몸을 숙이며 요란스럽게 인사하는 점원은 없고,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 한 분이 손님을 맞이 합니다.
5분내 식사할 수 있도록 햄버거가 미리 포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 주문한지 십수분은 지나야 접시에 담긴 햄버거가 차려질 정도로 기존의 햄버거를 먹던 스피드와는 시간개념이 좀 다른 것을 알게 됩니다.
기다리는 동안 환경과 사람에 좋다는 비누니, 샴푸등 좋은 뜻을 지닌 사회적기업 제품들을 살펴보며 ‘나도 이번 기회에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볼까?’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올리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은 사람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기업을 함께 일구는 사람들이요. 올리를 경영하고, 빵을 만들고, 땅을 일구고, 격려해주며 맛이 없어도 먹어주는 소비자들, 올리에 연관된 복합 이해 당사자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혜정 대표는 올리버거가 얼마나 맛있고, 영양이 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뜬금없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유정란을 가져오는 괴산의 홀미농장.
양배추, 오이, 양파 등 유기농 야채를 가져오는 ‘청원생명살림영농조합’.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버거를 먹으러 오는 꼬마단골 손님,
음식 첨가물에 대해서 척척박사인 매장 직원
버거에 들어간 하나하나의 재료들이 어떤 사람들과 관련이 된 것인지 알게 되니
햄버거 하나를 접시에 놓고 먹어도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시골에 방문했는데, 그 집 마당에서 직접 기르고 있는 상추니 채소들, 풀어놓은 닭이 아침에 낳은 달걀이라며 차려놓은 상차림을 대접받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내 몸에 대해서 떳떳한 음식을 만난 김에 자랑스러운 재료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올리 식재료를 만나러 여행하는 날. 아침 일찍 ‘바울두부’ 라는 곳에서 대표를 만났습니다. 여성장애인들이 만든 두부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며 방금 나온 ‘비지’를 받아 차에 옮겨 싣습니다.
“신선한 비지가 중요해요. 두부가 팔리면 비지가 남는데, 어떻게 활용할까 아까워서 고민하다가 버거를 만든 거에요. 여자들이 만나서 이야기 하다가 너무 아까워서.. 이걸 누구한테 먹이면 좋을까? 요즘 청소년들이 육류 위주로 식사하고 변비가 심해 섬유소가 많은 것을 먹이자.
청소년들이 뭘 좋아해? 버거를 먹이자.. 집에서 자녀를 생각해서 하는 것처럼 만들게 된 거거든요.
여성장애인연대에서 두부를 만들겠다고 우리한테 견학해서 보고 두부 사업을 하겠다고 노력을 하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그래서 우리가 두부를 하지 말자고 판단했어요. 거기서 두부를 만들고 우리는 비지버거 위주로 하자. 그래서 비지를 사오는 거에요. 어떻게 생각하면 결국 경영에 도움은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도움이 되죠.
바울두부 얘기를 하면서 올리버거 얘기를 하고, 서로 홍보를 해주는 거죠.
비지가 8키로에 오천원, 칠천원이거든요. 우리가 사오지 않으면 남한테 무료로 주거든요.
시장가치가 없는 상품인거죠. 콩비지 이걸 저희는 재사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먹거리가 엄청난 첨가물이라든가 이런 걸로 화려하게 있는데,
아무도 돌보지 않는 닭의 사료, 동물의 사료로 쓰이는 비지를 가지고 최첨단 다국적기업의 상품인 버거를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발상인거 같고 유기농하면 비싸잖아요. 비지를 활용하니까 그렇게 비싸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먹거리는 보편적인 가격으로 건강한. 음식을 적절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찾아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비지를 올리 공장에 내려놓은 대표는 서둘러 옥산으로 향하며 오래된 인연이야기를 합니다.
“청원생명살림 영농조합과의 인연은 2004년에 눈이 엄청나게 온 적있어요. 그때 YWCA에서 하우스가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고 자원봉사를 하러 갔는데, 제일 먼저 도착한 팀이 저희였대요. 그래서 몇일 조를 짜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 그게 고마웠대요. 하우스를 다시 짓고 우리를 초정해서 축제를 했어요. 생명축제
사실 여기에 우리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소비하는 물량도 적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아주특이한 관계인거죠.
단순히 물건을 주문하고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일처럼 달려가주는 인정이 있는 관계.
옥산에서 싱싱한 양배추를 싣고, 괴산의 홀미농장으로 향합니다.
과수원을 하다가 농약 때문에 쓰러진 경험이 있는 농장대표는 농약을 쓰지 않고 사과농사를 짓다가 망하고, 다시 닭을 풀어서 키우다가 망하고, 다시 유정란 사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한때는 수요처가 없어서 밤에 몰래 ‘꽃동네’에다가 계란을 내려 놓고 올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지만, 올리같은 수요처가 늘어 지금은 ‘동물복지’를 고려한 계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닭장에 들어가보니 수탉들이 ‘넌 누구냐?’ 노려봅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기세에 눌려 닭장을 나와 오늘 낳은 달걀 하나 집어 참기름 한 방울 넣어 꿀꺽 마시는 걸로 수탉에 대한 복수를 합니다.
오늘 낳은 계란 10판을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이 어두워집니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애쓰는 대표의 모습에 전화한통이면 모든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함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먹거리는 먹거리 하나가 단순하게 몸에 건강한 먹거리가 아니라
먹거리를 통해서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 내고 관계를 통해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거죠. 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 당장 어려워도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안전망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기업은 먹거리의 경우는 사회적인 안전도라고 하는데, 사회적인 안전도가 고려된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거죠”
좋은 식재료가 아니라 관계가 녹아 있는 올리버거,
그래서 제 몸이 버거워 하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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