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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담는 카메라 -코디네이터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 익히기

이감동 2011. 1. 4. 11:09

코디네이터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 익히기

‘관계’를 담는 카메라
복지영상 이성종
www.visualwelfare.net

코디네이터 여러분이 사진에 대한 교육에서 얻고 싶은 것은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일 것입니다.

왜 내가 찍은 사진은
그때의 그 감동을 전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토록 봉사를 잘 해드렸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싫어하실까?

나는 사진을 찍는 감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될까?
언젠가는 카메라를 잘 배워야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기업에 소속된 분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원봉사의 순수성 보다는 다른 데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를 하시는 분들에게
강의를 해야 하는 저의 욕구는
카메라 자체에 대한 세세한 기술을 알려드리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담는 순간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나 즐거울 수 있을까에 대한
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고 싶습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방법

1.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2. 카메라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3. 좋은 장면을 잘 캐치하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4. 발바닥이 땀나도록 열심히 다녀야 합니다.
5. 사진을 찍기 전에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6. 사진을 찍히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7. 사진을 찍히는 분을 ‘인격’으로 대하여야 합니다.
8. 쌍방향 적인 사진을 찍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9. 이전의 경험을 배려해야 합니다.
10. 주인공에 가려진 2인자, 3인자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11.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1.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배터리가 없고,
사진을 저장할 메모리가 비워져 있지 않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업무용 카메라의 경우는 여러 사람이 다루는 것이기에
함부로 지울 수 없는 데이터가 들어 있을 수 있으니
항상 카메라는 사전에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메모리의 데이터도 촬영 후 백업하고 비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카메라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카메라의 매뉴얼은 그 카메라를 가장 잘 설명하는 안내서입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시간을 내서 매뉴얼을 보며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매뉴얼을 보고 연습할 시간이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자동모드’로 해놓고 ‘반셔터’만 잘 누르셔도 좋은 사진이 찍힙니다.
익숙하지 않을 땐 자동으로 시작해서 점점 욕심이 나기 시작하면
매뉴얼과 인터넷상의 정보를 활용해서 조금씩 기술을 쌓아 가면 됩니다.

3. 좋은 장면을 잘 캐치하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의 구도’로 검색을 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 작품집이나, 잘 찍힌 사진이 많은 사이트(http://www.raysoda.com)같은 곳에서 꾸준히 사진을 보는 것으로도 구도 연습이 될 것입니다. 잘 찍힌 사진을 흉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은 극장의 와이드 화면보다 큰 데, 사진은 한쪽 눈만 뜬 채 거기에 두 손의 손가락으로 만든 작은 네모틀안의 모습만을 담는다고 생각하면 표현이 잘 안되는 걸 느낄 것입니다.

사진은 제한된 영역만을 담을 수 밖에 없기에 사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넓은 세상을 좁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진 작가라는 생각이 얼핏 드네요)

좋은 장면은 구도 뿐 아니라, 상황을 잘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의 감정적인 변화와 분위기를 ‘잘 기록해서 보여주면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호시탐탐.. 온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4. 발바닥이 땀나도록 열심히 다녀야 합니다.
한 장소에 내 몸을 고정 시키고서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봉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을 쫒아 다니며 그 모습을 담고
봉사자가 대하는 사람의 반응 하나 하나에 민감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몸을 굽혀 촬영하는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촬영하는 사람은 CF배우도 아니고 연기자도 아니기에
방금전에 했던 포즈를 다시 부탁하면 왠지 어색해 집니다.
웃을 상황이 되면, 웃는 순간을 기다리며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웃어주세요’가 아니라
웃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되면 준비하고 있다가 웃을 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제가 언젠가는 다리 근육이 아파서 왜 그런가 한참을 생각해 보니,
전날 촬영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며 촬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5. 사진을 찍기 전에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여러분 같은 경우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손질 안하고
집에서 대충 입는 옷을 입고 있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면 좋아할 수 있나요?
손바닥으로 카메라를 막으며
혹은 언성을 높여 ‘찍지마!’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연인 친구사이라면 헝클어진 모습도 추억이라며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정리도 되어 있지 않고,
내 불편한 몸을 가리고 싶은데,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경직될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사진만을 얻어 가려는 상황은 여러분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예의만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락을 할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편해 한다면 사진을 안 찍는 것이 낫겠죠.

6. 사진을 찍히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추한 모습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는 메시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난’,‘어려움’,‘장애’,‘지저분함’,‘눈물’....
이런 장면만을 자꾸 눈여겨 보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진을 찍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지,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 쉽게 알아차립니다.

지금 찍히는 상황이 ‘폭력적인 사진’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희망’,‘극복’,‘삶의 기쁨들’,‘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관심을 갖는다면
조금 더 편안한 사진활동이 될 것입니다.

7. 사진을 찍히는 분을 ‘인격’으로 대하여야 합니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족’, ‘가난한 사람’ 같이
자원봉사의 대상자로만 생각을 하면 똑같이 대접을 받게 됩니다.
(음 이번엔 ‘SK’가 왔군...)

‘불편함’이 사진에 어떻게 보이는가를 관심을 가지기 보다
(휠체어 장애인-휠체어가 잘 드러나도록 찰칵
독거노인-혼자있는 외로운 노인의 모습으로... 찰칵)이 아니라
○○○씨의 생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도움을 받는 모습만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자원봉사를 온 사람을 배려해 준비해 놓은 모습,
자원봉사자를 위한 마음 씀씀이나,
야쿠르트 하나 아껴두었다가 내 놓는 모습 등

‘자원봉사자’와 ‘대상자’가 아니라
○○○씨와 ○○○씨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8. 쌍방향 적인 사진을 찍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끼리 사진을 찍으면
바로 머리를 맞대고 카메라를 보면서
어떻게 나왔나 확인하며 깔깔대고 웃거나,
누구는 지우려 하고, 누구는 다시 찍자 하고..
방금 찍은 사진을 같이 보는 모습처럼 보기 좋은 게 없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에서 이런 모습을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몰카?)
몰래 찍는 것 같아서 사진 찍고도 안 찍은척 하거나,
보고용이니 몇 장 찍는 것이라 나중에 정리하면서 업무 담당자만 보는 것은 아닌지요

대상마다 다르겠지만,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사진속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다시 좋은 포즈를 부탁하거나,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잘 담아서
잘 찍힌 사진을 그때 그때 보여주는 ‘액션’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이사진’ 같은 아나로그 매체로 만들어 주는 것이지만,
오랜 시일이 걸려 주는 것은 효과가 떨어지니
당장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같이 보는 활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카메라의 TV연결 잭을 이용해 크게 화면을 키워서 보여주거나,
가지고 간 노트북 화면을 통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즉석 사진 프린터를 활용해 잘 찍힌 사진 한 장 뽑아 드리는 것을 즐겨하고 있습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주는 경우의 문제는 ..
사진이 남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

9. 이전의 경험을 배려해야 합니다.
제가 공부방에 처음 촬영을 갔을 때
선생님들이 카메라를 거부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송국에서 아이들을 너무나 불쌍하게 촬영해가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 때문에 다시는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는 말에
제가 괜스레 카메라를 부끄러워 했습니다.

몇 개월의 사귐의 시간과 조심스런 촬영과정 후엔
재미있는 카메라맨이 되었고,
몇 년이 지나도록 후원의 밤과 아이들의 캠프에 부분적으로 참가하는
카매라 형, 오빠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대부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연말 연시 혹은 무슨 사건이 터질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는 언론에, 순수하지 못한 사회복지 서비스에
진저리 나게 상처를 받아 왔을지도 모릅니다.

성급하게 한 번 자원봉사를 통해 만난 분에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말고
전에 봤던 자원봉사자가 또 왔네 반가워 하며 아는 체 하는 관계가 될 때까지
‘회복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10. 주인공에 가려진 2인자, 3인자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처음 장애인 시설을 가게 되면,
눈에 띄는 ‘스타’가 있습니다.

어느정도 언어 표현이 되거나,
‘좋아요’, ‘신나요’ 같이 자원봉사자를 뿌듯하게 하는 말을 잘 내뱉는 분들
환한 미소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는 사람을
저는 시설의 ‘스타’라고 합니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한다면
이런 ‘스타’급의 장애인분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야기를 만들겠지만,
가만히 관찰해 보면
‘스타’의 후광에 가려서 조용히 자기 레파토리를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이 되는 사람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림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스타’ 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만남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자가 돌아간 뒤에
자기도 사진에 찍혔다고 신나게 자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까요.

11.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
가난한 사람은 무능력하다?
장애인은 불행하다?
노숙인은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은 도움 받는 걸 좋아한다?

자원봉사로 만나는 사람을 인생의 낙오자로 생각하면서
그분에 대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원봉사를 통해 만나는 ○○씨의 삶을
존경하고, 교훈이 되고,
나에게 힘이 되는 소중한 ‘정’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얼핏 보면
자원봉사는 베풀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자원봉사를 통해서 받는 그 무엇이 있다는 마음자세가 갖춰줘야 합니다.

가난
행복에 대한 여러분의 철학이 무엇인지
사진 속에 드러나게 됩니다.


함께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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