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카메라를든사회복지사

기록을 잘 하는 방법 '같이 보고 나누는 것' 입니다

이감동 2011. 1. 4. 12:02
** 첨부된 그림까지 보시려면, pdf 화일을 보세요 **
평택재단 창간호(2010.3월) 소식지에 실릴 글입니다

기록(사진,영상)을 잘 하는 방법
‘같이 보고 나누는 것’입니다

이성종 / 복지영상

최근에 여수에 있는 '베타니아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을 방문해서
기록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8mm 캠코더 테이프 여러 개, 6mm 캠코더 테이프 삼십 여 개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동영상 파일,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까지

기관의 오랜 역사를 애써 기록하고,
철학과 가치를 의미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기록을 안 하자니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것 같고,
기록을 하자니 잘 하는 건지 확신이 가지 않고,

여러 활동이 진행되는 것을 잘 기록해서
메세지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의 영상기록과 활용 차원에서 경험을 살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1. 기록을 한 것은 되돌려 보아야 합니다.

촬영당사자(출연자, 기록자, 기록을 보고자 하는 자)와
함께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 성보나의집(지적장애인 여성시설)의 경우
촬영한 직후 모두가 볼 수 있는 TV에 연결해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지 같이 웃고, 즐거워 하며
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별도의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 촬영하고,
같이 보기만 했는데 장애인분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는 모습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직원분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 살이 채 안된 아기도
카메라속의 자기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보여주면 좋아하고, 또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사회복지 기관을 이용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 사진, 비디오를 왜 찍는가?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 궁금하면서
'한 번 봅시다' 표현을 못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원망스런 말한마디 내 뱉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맨날 찍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다고'요

사진 같은 경우는
찍고 난 후 카메라의 액정을 보여주며
반응을 살피면서 ‘잘 나왔는가? 다시 찍는 것이 좋겠는가?
어떤 모습을 찍는 것이 좋겠는가?’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여쭤 보기만 해도
사람들은 만족해 하실 것입니다.
나중에 인화를 해서 드리면 훨씬 좋고요.

비디오의 경우는
TV와 연결해서 보여주는 방법을 알아보아
촬영과정에 함께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같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카메라 구입시 들어있는 케이블을
TV의 외부입력 단자 색깔에 맞게 노란색(영상),
흰색(소리), 빨강색(소리)을 연결합니다.)

처음 촬영한 경우 많이 흔들리고, 무엇을 기록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어지럽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은 낯익은 사람이 나오고, 자기의 모습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화면이 흔들리는 것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공중파 방송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자기가 직접 출연한 '영화'를 보는 경험은
다음 기회에 또 촬영당할 일이 있을 때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좋을지 알게 되고,
촬영한 사람은 다음엔 이런 것을 주의해서 찍어야지
스스로 해답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을 돌아보는 행위 자체가
다음번 기록을 하게 될 때는 훨씬 좋은 기록을 할 수 있게 되니
반드시 기록을 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2. 테이프(동영상파일)속의 내용을 글과 사진으로 옮겨 놓으면
누구나 쉽게 내용을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촬영된 내용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놓은 예

앞서 기록된 내용을 보는 것이
사람들이 카메라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라면,
글과 사진으로 옮겨 정리하기 위해 보는 것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방송국의 전문가들도 편집을 하기 위해선
일일이 무슨 내용이 있는지 시간을 내어 보는데,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오히려
기록만 할 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촬영한 사람도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기록된 것을 돌아보면 흔들리는 화면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녹화중에 실수하는 습관을 줄이게 됩니다.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고,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장면이 무엇인지...
이번엔 기록하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무엇에 유의해야 할지를 알게 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반응만 잘 살펴서 인터뷰를 해도
많은 비용을 들인 기관의 핵심사업을
역사적 가치를 지닌 기록물로 남길 수 있게 됩니다.

촬영된 테이프의 내용을 정리할 때는
녹화된 인터뷰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고,
상황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사진을 캡쳐해서 넣으면
다른 사람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영상편집이 잘 모르겠고,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우리 기관의 이야기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영상과 사진에 어떤 내용이 기록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외부의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것은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밖에 못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서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촬영하면서, 같이 보는 기쁨을 맘껏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작성일 : 2010/02/05 17:06 (2010/02/05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