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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서 구걸한다 '이야기 한 푼 줍쇼~'

이감동 2017. 8. 28. 10:06

한 번 높아진 
관객의 수준은 되돌릴 수 없다

보통의 정성을 가지고서는 
마음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들은 딱 삼일 치 얼굴 본 만큼의 
관계에서 나올 이야기를 해주었고
운이 좋게도 
몇 번 안되는 만남 만으로도 
반가움을 표현하며 안부를 물어올 정도로
이전의 카메라 경험이 별로 없었다.

촬영한다는 것은 
때론 
'카메라를 들고서 
이야기를 구걸하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한 푼 줍쇼~"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드러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버튼'을 살짝 건드려본다.

이번 한 번만 잘 해보겠다 (건지겠다)는 
생각에 자극적으로, 혹은 
간단히 내가 원하는 말만 읊어 달라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하려 하면
딱 원하는 그 수준의 답을 얻게 된다

'울림이 없는 대답'

첫 촬영으로 
우연히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건

이미 기존에 알려져 있거나
낯선 사람앞에서도 표현을 잘 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이런 친구들을 '기관의 스타' 라고 부른다. 
초창기 촬영 때 지적장애 여성을 촬영하면서 
삼년 동안 내 카메라에는 
인기있고, 표정 좋고, 사람 반기는 특정 몇 명만 
촬영이 되어 있어서 크게 당황 했었다.)

수줍고 자신감 없던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앞서 해본 친구들의 안전한(?) 경험을 보고
나만의 보여줄 것을 준비하고 
연습을 한 다음에나 만날 수 있다.

바이올린을 켜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며
촬영도 해보고, 장난을 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바이올린'이야기를 
더이상 하지 않은 건 
두 번째 얼굴 본 만큼의 관계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첼로를 정말 좋아하는 
그러나 삼년 전에 첼로를 만나기 전에는 
'왠지 무거웠어요' 라는
대답속에 들어있던 
억양과 표정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도 
첫 만남에서 들어서는 안될 것이기에

눈물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애써 밝은 인터뷰로 
'현재의 날아갈 듯한 가벼움'이야기를 했다.

공연이 끝나고 
네번 째, 다섯 번째 
응원하는 카메라 아저씨로 각인이 될 때
실컷 눈물을 흘리고 나서도 
부끄럽지 않고 
그것이 후련함이 될 수 있을 때 
'무거움' 이란 단어를 
어떻게 같이 들어줄 지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후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아닌 
어른과 정치인을 우선시 하는 것 같은 
의뢰인의 세밀한 관심시 서운했는지
심장이 내 몸을 흔드는 경험을 했다.

말이 떨리고, 손이 후들거리고 
격한 운동을 한 것 보다 
더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며 
내가 왜 이토록 흥분했던가 
마음을 이렇게 글로 정리해본다.

'은유법' 이라는 것이 있다. 
노골적으로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것 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공감하는 정도가 다른 '은유'

시청자나 관중의 수준은 
행간을 읽듯
표정속에, 침묵속의 은유를 찾아
감정을 알아차리고 
장면속의 PPL광고도 알아차리는데

은유를 모르는 기관을 만나면 
앞서 촬영하면서 했던 모든 배려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촬영 스타일을 좀 이해해주는 
의뢰인을 만나는 것도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