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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서 구걸한다 '이야기 한 푼 줍쇼~'

이성종2015년 8월 28일 오전 9:54 · 한 번 높아진 관객의 수준은 되돌릴 수 없다 보통의 정성을 가지고서는 마음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아이들은 딱 삼일 치 얼굴 본 만큼의 관계에서 나올 이야기를 해주었고 운이 좋게도 몇 번 안되는 만남 만으로도 반가움을 표현하며 안부를 물어올 정도로 이전의 카메라 경험이 별로 없었다. 촬영한다는 것은 때론 '카메라를 들고서 이야기를 구걸하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한 푼 줍쇼~"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드러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버튼'을 살짝 건드려본다. 이번 한 번만 잘 해보겠다 (건지겠다)는 생각에 자극적으로, 혹은 간단히 내가 원하는 말만 읊어 달라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하려 하면 딱 원하는 그 ..

장충동 어느 식당의 '그냥'하는 소머리국밥 대접이야기

'그냥' 이요 얼굴쪽으로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것을 무척 싫어 하던 식당 주인은 어르신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십사년인가를 음식점을 해오면서 호흡이 척척 맞았을 부부인데 남편은 '고기를 너무 작게 썰고 있다' 고 잔소리를 하고 부인은 '어르신들 드시려면 좀 작게 썰어야 한다'고 기름기 가득한 손으로 조심조심 고기에 붙은 기름을 떼어낸다. 몇 시간동안 푹신 삶아서 익힌 소머리고기는 족발 빛깔이 나면서 젤리같이 탱탱한 것이 한 점 입에 넣어주시는데, 무척 맛있다. 고기를 칭찬하면 부끄러운 것 하나 없이 술술 이야기를 잘 하다가도 어김없이 카메라 렌즈 앞에서는 손사레를 치니 말없이 스케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까지 한다는 말에 난감해 하던 동사무소 직원들의 표정이 이제야 이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