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카메라를든사회복지사

방금 촬영된 사람이 시청자인 영상 활동

이감동 2011. 1. 4. 11:57

방금 촬영된 사람이 시청자인 영상 활동
- 캠코더를 처음 다루는 분을 위한 글 -

복지영상 이성종
www.visualwelfare.net

* 산남복지관 김효정님의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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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처음 만들어보는 거잖아요.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도 동영상 기록에 대해서 처음일 것이고요

그러니,
처음 만들 동영상에 대해서
너무 많은걸 요구하게 되면,

오히려 어렵게 됩니다.

복지관에서 직접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좋으니,
처음에 맞게 작은 것 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시청자를 방금 촬영된 사람들로 생각하고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을 만나세요.

이번에는
어린이집 어린이들을 시청자로 하는 영상을 하나 만들까?

그러면,
그냥 카메라 들고
아이들 수업중이든, 어디를 견학하든,

- 이대성산종합복지관 방과후 교실 아이들 -
낮잠을 자는 시간이든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시간이든

한 10분 정도 가볍게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 겁니다.

한 장소에 발을 딱 붙이고 서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5초에 한 번씩은 화면에 나오는 모습이 달라지게
사진을 찍듯이 영상을 조각 조각 기록합니다.
여러 아이들이 화면에 나오게도 찍고,
한 아이의 얼굴이 화면 가득 나오게도 찍고,
어떤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게도 찍고,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찍고,
멀리서 전체가 나오게도 찍고,
피아노 건반을 치는 선생님의 손도 찍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도 찍고,
학부모가 보면 좋아하겠지 싶은 것을 찍고...


- 이대성산종합복지관 방과후 교실 아이들 -
중간 중간 아이들에게 인터뷰 형식으로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무슨 노래에요?
'노래 처음부터 불러줄 수 있어요?'
'무엇 하는 건지 설명해 줄래요?'
'왜 울고 있는 거에요?'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아이들의 대답을 이끌어내는 인터뷰를 합니다.



선생님들이나 학부모에게도 인터뷰 형식으로
지금 카메라에 기록된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담으면 좋습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아이들과 환경과 분위기를 영상으로 기록했으면

- 이대성산종합복지관 방과후 교실 아이들 -

바로 ..
캠코더와 어린이집의 TV를 연결해서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봅니다.

많이 흔들리고,
소리도 불규칙하게 끊기고, 시끄럽게 녹화 되었겠지만,

아이들은
방금 자기들의 모습을 찍은 것이
TV 속에 나오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됩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아이들이 자꾸 보자고 그러면,


- 녹번종합사회복지관 주말학교 아이들 -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도의 노래 같은 율동을 해가며
마무리를 하면 좋겠죠.

이렇게 카메라가 깜짝 나타나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고 인사를 할 땐..

'여러분 다음에 또 보아요..'

다음기회를 약속 하겠죠.


그럼
아이들은 다음에 카메라가 왔을때에는
처음 보다는 좀 더 익숙하게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고
노래를 열심히 하고,
율동도 잘 하려고 하고
(여러분 내일은 카메라가 오는 날이에요... ) 미리 말해주면
아이들은 더 열심히 자기 모습을 예쁘게 꾸미거나,
노래, 율동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몇 차례 촬영을 하고, 같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촬영하는 선생님의 흔들리는 화면도 줄어들 것이고,
녹음된 소리 같은 것이 신경 쓰여서
어떻게 하면 카메라 녹음을 잘 할까 고민하게 되고,
카메라 자체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될 것입니다.


- 성보나의집 식구들 모습 -

이쯤 되면,
녹음을 위한 카메라 마이크 하나 정도는 구하는 것이 꼭 필요하군..
판단을 내리게 되고
지금까지 촬영한 내용을 요약해서
부모님들께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입니다.

그럼
비디오를 컴퓨터에 저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1394카드라는 것과 1394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하드디스크 타잎의 캠코더는 컴퓨터와 더 쉽게 연결되지요)

이미 촬영된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선생님은
어느 장면이 꼭 들어가야 할지를 판단해가며
적절한 길이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구성안'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쯤 되면,
직접 편집을 할 수 없어도
이런 장면 장면 써주세요..
옆에서 피디처럼 기술자에게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지요.


***
어린이집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복지관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기록한다면
복지관의 영상물은 넘쳐나고, 역사 기록이 될 것입니다

(테잎 아깝다고, 지난번에 녹화한 것을 지우고
다시 촬영하는 기관도 본 적있는데,
그러면 애써 기록한 역사를 지우는 것이 되겠죠.)

촬영하고, 보여주고,
다시 촬영하면서 숨은 이야기를 기록해주고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게 해주고
다시 기록해서 보고
자꾸
영상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록

이번엔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 볼까?'
단순히 진행되는 것에 대해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을 해가며
영상과 프로그램을 잘 엮어서 하는 미디어적인 사회복지프로그램이 운영되게 될 것입니다.

- 성보나의집 노래방 프로그램 중 -


복지관의 로비나,
강당의 빔 프로젝트등을 활용해서
수시로 최근에 촬영한 프로그램의 영상물을
편집 없이라도 그냥 보여주게 되면,

'우리들은 언제 찍어주나?'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카메라는 영상언어 입니다.
시 한편을 쓰기 위해서는
감수성도 필요하지만,
좋은 단어들을 선별해서 사용할 줄 알아야
좋은 시가 되는 것 처럼

영상언어는
5초 짜리, 혹은 10초짜리
작은 영상단어들이 얼마나 좋은 이미지로 기록되었는가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달라집니다.

텔런트가 아닌, 전문 방송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더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기록하는 방법은
자꾸 보면서 카메라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놀이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집 촬영에서
'희망','꿈', '활기참', '순수함', .... 등의 영상 단어를 얻게 될 것이고,

복지관 앞 지역주민들의 모습에선
'이웃', '함께하는', '오랜 친구', .. 이런 영상 단어를 얻게 될 것이고,

어르신들 프로그램에선
'지혜', '공감'... . 등등

몇 초짜리 영상단어지만,
인위적인 연출 보다 훨씬 호소력 있고 감동이 되는 언어로 다가 올 것입니다.

처음부터 서론 본론 결론 따지고,
주제, 구성, 문체 따지고, 주인공과 엑스트라 따지고,
주어 목적어 운율 따지면서 문학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것 처럼
자꾸 연습에 연습을 하면서

짧은 시, 짧은 이야기 부터 영상으로 만들어 가며
복지관 전체의 영상에 대한 수준을 높여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대신
짧은 시간안에 우리 복지관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연스럽지 않은 영상이 될 것 이 뻔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오늘은 누구를 촬영할까?
복지관 안을 누벼 보세요.

끝.


작성일 : 2009/06/28 15:37